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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떠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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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minkiza)
미국 메이저리그를 돌아다니며 취재하면서 듣고 보고 겪은 이야기들, 우리 선수들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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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들의 뜨거운 눈물   2009/10/25 13:10 추천 0    스크랩 0
<나지완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한국시리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정말 대단한 한국 시리즈였습니다.
기아가 홈에서 두 경기를 가져갈 때만해도 7차전까지 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SK는 저력을 발휘하며 2승2패를 만들었고 시리즈는 다시 3승3패로 갔습니다.
그리고 최종 7차전에서도 SK는 6회초 5-1의 리드로 3연패가 눈 앞에 가다왔습니다.

 

 그러나 영웅 탄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지완, 이 친구를 보면 저는 늘 수호지의 노지심이 떠오릅니다. 천하장사의 체격을 타고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야구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9회말 끝내기 홈런이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겠지만 그만큼 소중한 홈런이 6회말 2점포였습니다.
5회말 만루 절호의 기회에서 이승호가 이용규를 3구삼진으로 잡은데 이어 6회초 SK가 2점을 추가해 완전히 패색이 짙어진 상황. 거기서 나지완의 추격포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경기는 SK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우린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경기를 지켜봤을지도 모릅니다. 야구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 월드시리즈가 시작된 것이 1903년, 106년전입니다. 그 동안 딱 두번 빼고 월드시리즈가 계속 열렸습니다.
00번이 넘는 WS 역사 동안 7차전 9회말 끝나기 홈런은??  딱 한번 있었습니다.
1960년 양키스와 파이어리츠의 대결에서 7차전 9회말 피츠버그의 빌 마제로스키가 양키스 랄프 테리의 공을 때려 9-9의 승부를 끝내기로 몰고 갔습니다.
140년 역사의 미국 프로 야구에서 딱 한 번 뿐이었던 그 사건이 어제 잠실 구장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이번 시리즈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은 기아가 강해보였지만 3주간의 긴 휴식이라는 어려움이 있었고, 타선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SK는 김광현과  전병두가 빠진 가운데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채병용의 역투와 송은범, 박정권, 박재상의 분전은 놀라웠습니다.

 7경기 중에 11-6으로 난타전이 벌어진 3차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가 아슬아슬했습니다. 6번 중에 4번이 1점차, 2점차와  3점차가 한번씩 있었습니다. 또한 양 팀의 총 득점을 보면 27-27로 정확히 똑같았습니다.

시리즈 전에 양 팀의 가장 큰 차이는 선발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역시 거기서 차이가 났습니다.
기아는 로페스가 1차전 8이닝, 윤석민이 2차전 7이닝으로 분위기를 잡아갔습니다. 로페스는 5차전 완봉승까지 거뒀습니다. 반면 SK는 채병용, 송은범, 카도쿠라, 글로바가 투혼을 발휘했지만 한 번도 6이닝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지친 불펜이 힘겹게 지켜냈습니다.
SK는 포스트 시즌에 총 12경기를 치렀습니다. 고효준, 이승호, 윤길현은 그 중에 10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정우람이 8경기를 뛰었습니다.
그들은 정규 시즌 막판 19연승 때도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치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지요. 이번 시리즈에서 기아는 25명의 투수를, SK는 38명의 투수를 투입했습니다.
선발이 6,7이닝을 소화해주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SK는 전반적으로 지쳐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말 놀라운 투혼으로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7차전이 끝나고 나지완은 펑펑 울더군요.  곁에서 김원섭도 울었습니다. 최희섭도 눈물이 보였고, 노장 이종범의 눈물은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뜨거운 눈물의 주인공은 바로 채병용이었습니다. 만약 SK가 우승을 했다면 전 어쩌면 박정권보다 채병용에 MVP표를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투혼이, 승부욕이 무엇인지 보여준 선수였습니다.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5차전의 수비 방해 판정 시비.
어떤 경기든 판정에 대한 항의는 나옵니다. 그 상황은 수비 방해는 분명히 아니었지만 장수로서 강하게 어필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 것은, 그리고 필요하다면 퇴장을 유발하더라도 선수의 분발을 끌어내는 것은 가끔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선수단 퇴장은 아니었습니다.
야구 최대의 잔치, 야구장에 모인 팬은 물론이고 전국의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경기에서 선수 퇴장은 이번 대회의 옥의 티였습니다.
저는 퇴장하는 선수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 장면을 보는 어린 야구 팬들의 마음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등등의 생각이 복잡하게 교차하더군요.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5,6,7차전이 잠실에서 열린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5차전은 당연히 문학에서, 그리고 6,7차전은 광주에서 벌어지는 것이 한 시즌 133경기 내내 열성적으로 자기 팀을 응원한 팬에게 당연한 예우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꼭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물론 1만명 겨우 넘게 들어가는 광주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과 3만이 들어가는 잠실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은 입장 수입에서 3배 이상의 차이가 나지요.
그러나 광주 구장이 야구 최고의 잔치를 벌일만한 시설이 전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대구나 대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구장에서 우리는 30년 가까이 흔들림없이 시즌을 치러내고 있습니다.

지난번 광주 올스타전에 갔을 때 박광태라는 시장분이 차려입고 나와 큰소리를 치시데요.
반드시 새 구장을 지을 것이며 10월말까지 구체적인 발표를 할 것이라고요.  다가오는 주간에 발표가 나겠지요.
돔구장 그런 헛소리 마시고 제대로 된 기아 타이거스와 광주 팬을 위한 운동장이 빨리 지어지길 기대하겠습니다.

 

기아가 치른 140경기, SK가 치른 145경기.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 팀들이 함께 치른 총 548경기를 끝으로 2009 시즌은 이제 끝났습니다.
야구팬에겐 지루한 기다림의 겨울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올 시즌도 정말 감동과 흥분과 아쉬움와 애타는 감정들이 계속 엇갈리면서 멋진 드라마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미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있었습니다.

 

야구 선수들, 지도자들, 팀 관계자들, 언론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께 참 멋드러진 한 시즌이었다고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2009 야구 잔치는 그렇게 아름답게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은 아직 잔치가 계속되고 있지요. 오늘 열릴 예정이던 양키스와 에인절스의 6차전은 우천으로 하루 연기됐습니다. 필리스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구요.
일본도 요미우리가 주니치를 꺾고 일본시리즈에 진출했군요.
그래도 야구를 며칠 더 볼 기회는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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