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LA다저스의 시즌오프너를 보게 되더니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 개막경기를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환율이 아직 충분히 내려앉지 않아 미국까지는 부담되던 차에, 올해는 이승엽 선수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히로시마 카프의 개막 3연전 중 3번째 경기를 관전하러 지난 주말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 경기전 양팀의 훈련모습
이제는 여러번 방문하다보니 어느정도 적응됐지만 도쿄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역시 복잡한 철도노선을 이용하려면 상당히 애를 먹죠. 스이도바시 역에 내리면 자이언츠의 경기가 있는 날엔 교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나이드신 팬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들을 따라 10분쯤 가면 도쿄돔에 도착합니다. 경기시작 3시간 전에 도착한 도쿄돔에는 아직까지 WBC 2연패의 기쁨을 이어가려고 노력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치로의 사진이 눈에 띄더니 도쿄돔에 입장할 때는 자이언츠 안내 책자와 함께 WBC 우승관련 요미우리신문 호외판을 나눠주더군요. 하라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아 우승까지 했으니 아무래도 이들에게는 특별하겠죠. WBC결승전이 다시한번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WBC우승 관련 요미우리신문 호외
도쿄돔 안에 들어서니 자이언츠 선수들이 경기전 연습중입니다. 조각조각 천정을 가린 도쿄돔의 내부는 예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경기장이었던 올림픽 스타디움의 기억을 새삼 떠오르게 합니다. 들어서자마자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일본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아사다 마오의 광고가 도쿄돔 내의 전광판을 통해 자주 나오고 있었습니다. 일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잦은 광고출연이 아사다 마오에게도 같은 이야기인가 봅니다. 실제로 이번에 머물던 이틀동안 마오의 광고를 꽤 여러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 왼쪽의 고정광고판 이외에 쉬는시간을 이용한 진로 영상광고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전광판 옆에 붙은 진로 광고판입니다. 작년부터 도쿄돔에 설치된 이 광고판은 올해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경기불황과 함게 소주판매도 늘었겠지만, 일본에서는 작년에 진로소주의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니 이 광고판도 어느정도 기여를 했지않나 싶습니다.
![토노[1].JPG](http://scblog.chosun.com/web_file/scblog/428/1428/1/%C5%E4%B3%EB%5B1%5D.JPG)
- 1회초, 타구에 맞은 선발투수 토노 - 토노는 이날 7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보였다.
이날 경기는 결과적으로 기대와는 달리 상당한 졸전이었습니다. WBC에서 돌아온 선수들은 대체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것이라 쳐도, 그 이외의 선수들까지 대부분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라미레스만이 날카로운 스윙으로 타구를 날려댔을 뿐, 관중석에서도 간간히 비웃음과 욕설이 나올 정도로 번트, 도루 등 작전이라는걸 시도할 때마다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요미우리는 마무리투수 마크 크룬이 의외의 모습을 보이면서 다 잡은 승리를 놓쳤죠. 몸풀 때부터 전광판에 155km/s를 찍던 크룬은 막상 타자를 상대하자 스트라이크 던지는 법을 잊은듯 보였습니다. 컨트롤이 엉망인 투수의 모습을 확인하고서도 정석대로 희생번트를 대는 히로시마의 작전을 보면서 역시 일본야구다 싶었습니다. 9회 초에 라미레스를 빼고 좌익수를 교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라미레스는 미국이나 일본이나 대단한(?) 수비실력을 자랑하죠.) 아무튼 아직 첫경기라 속단은 금물이지만, 마무리투수가 첫경기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하라 감독으로선 참 유쾌하지 못한 일입니다.
![자이언츠_응원단[1].JPG](http://scblog.chosun.com/web_file/scblog/428/1428/1/%C0%DA%C0%CC%BE%F0%C3%F7_%C0%C0%BF%F8%B4%DC%5B1%5D.JPG)
- 광적인 히로시마 응원단 - 비교적 차분했던 요미우리 응원단
경기보다 더 흥미로왔던 건, 양팀의 응원전이었습니다. 양쪽 홈런석을 차지한 두 팀의 응원단은 이날 12회 연장전이 끝날때까지 번갈아가며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더군요. 특히 히로시마의 응원단은 원정경기에서 자신의 팀에 기를 살리려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보는 사람이 질릴정도로 대단하긴 합니다. 하지만 응원의 높낮이가 없이 한결같이 뜨겁기만 한 응원모습은 선수들에게 그저 하나의 음향효과정도만 느껴지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물론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썰렁해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야구에서 볼 수 있는 일정한 모습의 집단 세레모니보다는 경기 흐름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일반 관중의 자연스러운 응원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이승엽 타석 때 전광판에 등장한 이승엽 선수의 사진 -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기 직전 타석에서의 이승엽선수
경기내내 이승엽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몇몇 일본인들이 이승엽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더군요. 전날 TV로 이승엽선수의 홈런장면을 보고 '오늘도 한방'을 기대하며 응원했지만,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하나 올렸고 그 덕분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홈런까지도 아니고 찬스에서 단타 하나라도 날려주길 바랄만큼 이승엽 선수도 부진했습니다. 1루수로서 수비는 역시 굉장한 안정감을 보여줬지만, 그보다는 활발한 타격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겠죠. 개막 3연전의 부진을 뒤로하고 시범경기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사쿠사의 신사에 들러서 100엔짜리 기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 벚꽃이 가득한 아사쿠사 거리
채지석 객원기자 http://scblog.chosun.com/josh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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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경기장 전 구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착용한 음료판매원들이었습니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여자로 보이는 이들은 더이상 사먹지 않을 듯한 시간인 9회가 끝날 때까지도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웃는 얼굴로 판매를 합니다. 놀라운 것은 작은 병에 든 양주도 팔더군요. 급여를 받고 하는 일이겠지만, 힘들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미소짓는 얼굴이 너무나 안쓰러워보였습니다. 사진 몇 컷 올려봅니다.



- 경기장내 판매원들. 등에 큰 가방을 짊어지고 경기장 전체를 누비고 다닙니다.
채지석 객원기자 http://scblog.chosun.com/josh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