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어제 저녁엔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세계 랭킹 1위라는 인도네시아 팀을 상대로 한국이 초반부터 우위를 지키더니 결국 금메달을 따내더군요.
그런데 금메달 사냥도 흥미롭지만 네티즌들의 '댓글 올림픽'도 아주 가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축구장에 물 채워라. 태환이 연습하게...'를 비롯, 촌철살인의 댓글들이 올림픽 관련 기사마다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댓글 올림픽'이 즐거운 이유는 문맥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랜덤한 흐름'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역도 대표팀의 오승우 감독이 '장미란, 획기적인 일 준비중'이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여기에 한 네티즌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내용은 딱 한 줄입니다.
'치킨을 시켰는데 무가 없어요'...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댓글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네이버 베이징올림픽 특별페이지 '촌철살인의 미학'에 운영자 이름으로 등록됐고, 18일 오전 9시40분 현재 조회수는 무려 23만5000회가 넘습니다.
'OOO을 했는데 XXX가 없어요'라는 형식을 패러디한 댓글이 10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 치킨을 시켰는데 무만 있어요"였습니다.

느닷없이 '박신양'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야구대표팀의 투수 한기주(KIA) 때문입니다.
한기주는 미국전에서 구원에 실패한 뒤 일본과의 경기에서 또 한번 '불'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한기주라는 이름은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의 극중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한기주'에 집착한 나머지 디시인사이드 박신양 갤러리에 게시물 폭격을 날렸습니다.
제목만 봐도 뒤집어집니다.
"왜 말을 못해, 못 던지겠다고 왜 말을 못하냐고"('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했던 유명한 대사죠)
"애기야 논산 가자"(메달을 못 따면 군대를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의자왕도 등장했습니다.
'네티즌이 뽑은 축구 드림팀'이라는 게시물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베스트11을 보면 네티즌들의 센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GK는 '외세 방어'의 대명사인 흥선대원군입니다.
포백 수비라인은 강감찬-계백-김시민-을지문덕이고,
미드필드는 주몽-이순신-윤봉길-장보고가 맡습니다.
공격진은 안중근-광개토대왕의 투톱이 나섭니다.
여기서 의자왕은 뭘 맡았을까요?
바로 응원단입니다.
한 네티즌은 "응원단장은 의자왕...기본 3000명 확보"라는 댓글 한 줄로 네티즌들을 기절시켰습니다.
한국 선수 뿐만 아니라 외국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육상 남자 1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우샤인 볼트에 대해선 이런 댓글이 떴습니다.
"자메이카에선 100m 훈련할 때 초원에서 치타 풀어놓고 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이 내용을 패러디한 '펠프스 버전'도 있습니다.
"태평양 연안에 식인상어 몇 마리 풀어놓고 500m 떨어진 보트까지 헤엄쳐 오는 훈련을 한다"는 식입니다.
SK텔레콤의 '음모론'도 등장했습니다.
박태환이 등장한 SK텔레콤의 '되고송' CF를 토대로
금나와라 뚝딱 금메달이 되고 (400m 금메달)
은나와라 뚝딱 은메달이 되고 (200m 은메달)
메달 못 따도 최선 다하면 되고 (1500m 예선탈락)
이같은 내용이 SK텔레콤의 '생각대로' 됐다는 얘깁니다.
이밖에도 몇 가지 눈에 띄는 댓글을 꼽아보면
'홍만이 살빼고 수영시켜라'(팔다리가 길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축구장에 물 채워라. 미란이 목욕하게'
'인간적으로 올림픽 끝나면 미국산 물고기 한 마리(펠프스)는 태평양 연안에 방류해주고, 자메이카산 치타 한 마리(우샤인 볼트)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풀어주자'
'베이징올림픽 복싱 결승전 양선수 무승부시 연장전 없이 선빵치기 제도 도입하자'(올림픽 야구의 승부치기 패러디)
요즘 네티즌들의 '언어유희'는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말장난이나 하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악플이 난무하는 저질 네티즌 문화보다는 훨씬 낫다고 봅니다.
새로운 댓글 릴레이가 등장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