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자살사건은 경찰이 이례적으로 수사본부를 차리고 본격조사를 하면서 급물살을 타는듯했습니다.
연예계 사건을 경찰이 이처럼 크게 관심을 갖고 다룬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만큼 매일 한차례씩 중간조사를 발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맥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경찰이 TV로 생중계되는 발표내용이라는게 도무지 알멩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사가 시작된 직후 한동안 '문건에 쓰인 글이 진짜 장자연 자필이냐 아니냐'는 필적감정에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자살기도 해프닝을 벌인 유씨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조차 못한 듯한 분위기입니다.
사이드로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경찰은 '유씨가 솔직하게 다 털어놓지 않는 것같기는 한데 어떻게 더 닥달해볼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도 합니다.
경찰이 아니라도 이번 사건은 장자연이 자살한 배경에 타인이 개입돼있느냐, 심경글은 직접 썼느냐 아니냐 등이 우선 쉽게 떠올릴 사안일 수 있습니다.
장자연을 둘러싼 유씨와 김씨 등 두 남자의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도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구요. 경찰 역시 마찬가지인 것같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찰은 장자연의 자살에서 우울증 외에 특별한 자살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설령 어떤 이유가 있다한들 당사자들이 함구한다면 밝힐 재간이 없겠지요.
일본에 있는 김씨의 행방도 오리무중이 됐습니다. 처음엔 언론에 대고 "내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 유씨가 장자연과 짜고 나를 죽이려고 하다 한 사람은 죽고 한사람은 자살쇼를 버리고 한 일 아니냐"며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죄 지은게 없으니 언제든 경찰에 출두하겠다"며 귀국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은 그와 접촉조차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다 연락이 돼서 전화통화로 이얘기 저얘기 그의 주장을 다 기사로 쓰는데 경찰만 연락이 안된다는게 말이 안됩니다.
이러는 사이 장자연이 쓴 문건의 내용중 소위 술시중 및 성상납한 것으로 거론된 각계 인사들의 명단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나돌고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조사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바람에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셈입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KBS에 문건이 유출되는 과정에는 모 기관 관계자가 관여했다는 설도 없지 않습니다. 불에 타서 등장한 이 문건이 하필이면 '센세이셔널한' 내용만 쏙 빼고 그을렸는지, 유씨도 유족도 절대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는 문건이 어떻게 발이 달려 방송사로 건너갔는지부터 밝혀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그 내용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파헤쳐야하지 않을까요. 경찰이 통상적인 사건을 다루듯이 원칙만 고수하면 결국엔 '수사해보니 더이상 밝힐 수 없었다' 정도로 끝날 수 밖에 없겠지요.
살인사건 범인 잡는데는 귀신으로 소문난 대한민국 경찰이 이번 사건에도 좀 화끈한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