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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의 귀재 황선홍   2008/10/03 20:25 추천 0    스크랩 0

프로축구 하위팀 부산 아이파크는 최근 전남과의 하우젠컵 6강 PO에서 패해 사실상 올시즌 희망을 잃었다.

정규리그 13위로 6강 PO가 일찌감치 물건너 간 가운데 컵대회의 꿈마저 날아갔으니 말이다. 지금은 단자리 순위(10위 이내)에 정규리그를 끝내는 게 그나마 소망이라고 할 정도.

그렇다고 팀 분위기는 크게 낙담하지 않는 눈치다. 올시즌 새로 영입한 황선홍 감독이 유망주 발굴을 제대로 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무명 정성훈과 신인 박희도가 대표팀 예비명단에 뽑혔다.

비록 예비명단이긴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대표 선수 1명 찾아보기 힘들었던 부산으로서는 안정환에 이어 대표급 선수를 보유하게 됐으니 고무적인 일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황 감독의 용병술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 감독이 오고 나서 흙속에 가려있던 진주들이 속속 드러나고 다른 팀에서는 필요없다고 했던 선수들을 팀의 보물로 키워내니 말이다.

정성훈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29세로 노장에 속하지만 지금껏 대표팀에서 뛰어본 것이라고는 월드컵대표팀 상비군에 있었던 게 최고 경력이다.

지난해까지 대전에서 뛰었는데 출전 기회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 있다가 황 감독의 눈에 띄어 부산으로 이적해왔다.

황 감독은 정성훈에게 먼저 채찍을 들었다. 올시즌 상반기 제주와의 원정경기가 있던 4월 어느날. 정성훈은 출전 선수단에 아예 빠져있었다. 부상 선수라도 팀의 화합을 위해 모두 데려가는 황 감독이었다.

알고 보니 황 감독이 정성훈을 길들이기 위해 강경책을 썼다는 것이다. 당시 정성훈의 훈련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황선홍.jpg

 

 

황 감독은 이런 방식으로 정성훈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그러자 승부 근성도 생겼다. 상반기 2골에 그쳤던 정성훈이 후반기 들어 6골이나 터뜨리며 팀의 최고 공격수로 탈바꿈했다.

황 감독의 채찍은 천하의 안정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루는 황 감독은 안정환과 면담을 했다. 후반기 들어 경기력은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체력훈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안정환으로부터 "대학시절 그렇게 맞으면서 운동했는데도, 체력 강화는 잘 안되네요. 아마 체질인가봐요"라는 애교섞인 응석이 돌아왔다.

그 때 황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단다. "야, 그런 네가 덜 맞아서 그런 거구나. 운동선수가 안되는 게 어딨어? 하면 되지. 무조건 체력 끌어올려. 아니면 내가 뛸까?" 안정환은 바로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가 하면 책을 선물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신인 박희도는 최근 베스트셀러 '시크릿'을 선물받았다.

책의 앞장에는 황 감독이 박희도에게 하고 싶은 충고의 글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책의 내용 역시 긍정의 힘, 마인드 컨트롤이 세상을 바꾼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황 감독은 긴 말 할 것 없이 책을 읽다보면 깨우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박희도 역시 책을 읽고는 대표팀 예비명단에 뽑힐 만큼 성장했다.

황 감독은 경기 중에 쓸데없는 파울을 했다가 퇴장당한 수비수 김창수에 대해서도 별다른 꾸중을 하지 않았단다.

"뭔 말을 하겠어요? 그냥 벌금 물리면 되지. 자기도 알아서 깨우친 바가 있을겁니다."

선수들을 밀고 당기는 기술로 보면 황 감독은 전혀 초보 사령탑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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