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가운데) 등 북한 선수들이 남북전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사진=조병관 기자>
저는 중국 상하이에 와 있습니다. 오늘(10일) 벌어지는 남북전을 취재하기 위해서 일요일(7일)부터 와 있습니다. 북한 팀을 취재하다 보면 우리와는 조금 다른 축구 용어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9일) 기자회견에선 김정훈 북한 감독이 `수법'이란 용어을 자주 사용하더군요. 한국에선 전략과 전술이라고 했을 법한 상황에서 자꾸 수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축구 용어를 정리해봤습니다. 북한 대표 선수들 중 일본에서 태어난 해외에서 뛰는 안영학(수원) 등은 영어가 주축을 이루는 국제 용어에 익숙해 있습니다. 안영학 등은 처음 북한 대표가 됐을 때 낯선 용어에 어색했지만 차츰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하여튼 북한 언론과 사람들이 쓴다는 그들의 축구 용어를 한 번 보시죠. 재미있는 것을 나름대로 간추려 봤습니다. ----------------------- 한국 북한 ------------------------- 골키퍼 문지기 오버헤드킥 머리넘겨차기 오프사이드 공격어김 크로스바 가로막대 트래핑 멈추기 핸들링 손 다치기 센터포워드 가운데몰이꾼 프리킥 벌차기 포워드 몰이꾼 센터링 중앙으로 꺾어차기 패스 연락 승부차기 11m차기 드리블 공몰기 헤딩 머리받기 스로잉 던져넣기 페널티킥 11m벌차기 코너킥 모서리(구석)차기 수비수 방어수 ----------------- 북한식 축구 기사를 작성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가상으로 만들어본 것입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아무런 뜻없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북한 가운데몰이꾼(센터포워드) 정대세가 안영학의 연락(패스)을 머리넘겨차기(오버헤드킥)로 연결한 것이 한국 방어수(수비수) 김진규의 손 다치기(핸들링)로 이어져 11m벌차기(페널티킥)가 선언됐다. 하지만 11m벌차기에서 홍영조의 발을 떠난 공은 가로막대(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왔다. 결국 한국과 북한은 전후반 90분 동안 0대0으로 비겼고, 이어진 11m벌차기(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4-3으로 이겼다. 문지기(골키퍼) 정성룡의 선방이 돋보였다.
<영국 런던의 해롯백화점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양해바랍니다.>
EPL 설기현(풀럼)이 결국 이름이 낯선 헐 시티로부터의 뜨거운 러브콜을 거절하면서 이적설은 일단락됐습니다. 한결 편안한 주전경쟁을 생각했다면 올시즌 104년 만에 처음으로 EPL로 승격한 헐 시티로 갔을텐데 설기현은 런던의 한인 밀집 지역을 연고로 한 풀럼에 잔류하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풀럼은 이집트 출신 부자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소유하고 있는 구단입니다. 파예드가 1997년 인수하면서 풀럼은 외국 자본이 소유한 첫 EPL 구단이 됐습니다. 파예드는 풀럼 뿐 아니라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해롯백화점의 오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예드는 세상을 떠난 아들(도디) 때문에도 유명해졌지요. 1997년 9월 1일 도디와 사랑에 빠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프랑스 파리에서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세계적인 뉴스가 됐지요. 해롯백화점은 런던 브롬튼 로드에 자리잡고 있는 6층짜리 건물입니다. 직원이 5000명을 넘을 정도로 큰 백화점입니다. 런던을 찾는 전세계 관광객이 한 번씩 찾는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가의 물품이 많아 `아이 쇼핑'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고 하네요. 명품도 좋지만 특히 신선한 야채와 먹을 것들이 진열돼 있는 식품부가 이 백화점의 자랑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해롯백화점이 풀럼 선수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풀럼 소속 선수들은 해롯백화점에서 물건을 살때 할인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죠. 약 30% 수준의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엄청 좋겠지요. 항상 세일 수준의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셈이지요.
<설기현 사진출처=풀럼 홈페이지 양해바랍니다.>
설기현이 낯선 도시 헐 시티로의 이적을 꺼린 이유가 풀럼에서 받은 이런 짭짤한 혜택도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비를 맞고 있는 허정무 감독. 무슨 생각일까요. 사진=전준엽 기자>
허정무 감독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제 마음 대로 생각해봤습니다. 허 감독은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부담스런 북한과 한 판 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입니다. 무지하게 중요한 경기입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행 여부의 첫 테이프를 끊는 경기라 그 비중이 제법 큽니다. 허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분위기가 영 엉망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축구와 늘 한국에서 제1의 스포츠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기대이상의 금메달을 따왔습니다. 축구는 말할 필요도 없이 죽을 쑤었죠. 박성화 감독 얘기는 할 필요가 없겠지요. 요즘 사람들은 만나면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진 듯한 얘기가 나옵니다. 육두 문자까지 나오고요. 축구를 주로 취재하는 제가 들으면 약간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기적으로 날듯이 좋아할 때는 언제고 조금 엉망 때리니까 생 난리구만.' 저도 축구로 밥을 먹고 살아서 이런가 봅니다. 이제 한국 국민들은 허 감독과 A대표 선수들의 남북전을 어깨 너머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심정이 아닐까요. `그래 축구 너희들 얼마나 잘 하는지 보겠어. 또 올림픽 때처럼 개판치면 알아서 해라.' 소집 첫 날인 월요일(1일) 허 감독을 파주NFC에서 만났습니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허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1시간여 동안 훈련을 하더군요.
<빗속의 허정무 감독. 사진=전준엽 기자>
허 감독이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목소리에서 약간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야구에 빗댄 질문과 북한이 또 수비 위주로 나올 건데 어떻게 득점할거냐는 다소 민감하면서 까다로운 질문에 그랬습니다. 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하자 허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축구는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다. 언제나 잘 할 수는 없다. 기복이 있는 것이다." 또 기자가 이전 질문과 유사한 질문을 하자 허 감독은 목소리 톤을 약간 높이면서 "반드시 최종예선을 통과하겠다"고 짧게 답하고 끝내버렸습니다. 북한전 질문에는 "수치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얕볼 수 없다. 그리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수비 위주의 팀을 상대로 어떻게 승리하겠느냐고 물었는데 포인트가 안 맞는 대답이 돌아왔다. 똑똑한 허 감독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답을 아닐 겁니다. 기자들과 말하기 좋아하는 그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허 감독은 3차예선 말미에 무척 힘든 경기를 했습니다. 결과와 플레이 내용 모두 기대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운재 사면 파문과 이영무 기술위원장 자진 사퇴 등으로 허 감독을 향해 곱지 않는 비난과 질책이 쏟아졌지요. 그 과정에서 허 감독은 말을 조심하게 된 겁니다. 말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모쪼록 허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최종예선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기 기대해봅니다.(제발 상하이 가서 `사고' 치지 않고 돌아왔으면 좋겠네요.)